
입문 한 달 차에 동호회 첫 친선 대회에 나갔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OB가 났는데 어디서 다시 쳐야 하는지 몰라서 쭈뼛거렸고, 한 홀에 7타를 쳤는데도 그냥 그대로 적으면 되는 줄 알고 스코어카드에 7이라고 적었습니다. 알고 보니 파크골프에는 '한 홀 최대 타수' 규정이 따로 있더군요
규칙을 모르고 코스에 나가면 본인이 불편한 건 둘째 치고 같은 조원들 진행을 늦추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규칙집은 너무 딱딱하고, 동호회 어르신들이 "그건 원래 그래"라고 하는 암묵적 룰은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이번 글에 공식 규정과 현장 룰을 모두 정리해두니 라운드 가기 전에 한 번 읽어보시면 저처럼 헤매는 일은 없을 겁니다
파크골프의 기본 구조부터
규칙을 이해하려면 먼저 코스 구성을 알아야 합니다. 처음엔 저도 "홀"이라는 단어부터 헷갈렸습니다
코스의 기본 단위
홀(Hole) 공을 쳐서 넣는 하나의 구간을 말합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시작해 그린 위 컵에 공을 넣을 때까지가 한 홀입니다
라운드 보통 9홀 또는 18홀을 한 번 도는 것을 말합니다. 대회는 대부분 36홀(18홀 × 2회전) 또는 54홀 단위로 진행됩니다
파(Par) 각 홀의 표준 타수를 의미합니다. 파크골프는 보통 파3, 파4, 파5로 구성되고 18홀 전체 표준 파는 66타가 일반적입니다
코스 구성 요소
구역 설명
| 티잉 그라운드 | 첫 샷을 치는 출발 지점 |
| 페어웨이 | 잘 정돈된 잔디 구간, 메인 경로 |
| 러프 | 페어웨이 옆 잔디가 긴 구간 |
| 그린 | 컵이 있는 마지막 구간 |
| 컵(홀컵) | 공을 넣는 지름 20cm 구멍 |
| OB 라인 | 코스 경계선 |
| 해저드 | 연못·도랑 등 장애 구역 |
공식 경기 규칙 — 꼭 알아야 할 핵심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식 규정을 입문자가 알아야 할 부분만 추려서 정리합니다
1. 티샷 규정
첫 샷은 반드시 티잉 그라운드 안에서 쳐야 합니다. 티 마커 두 개를 잇는 선과 그 뒤 2클럽 길이 안쪽이 티잉 그라운드 영역입니다. 이 안에서는 공을 어디에 놓아도 됩니다
티 사용은 자유입니다. 티 없이 잔디 위에 직접 놓고 쳐도 되고 고무 티를 사용해도 됩니다. 다만 한 라운드 중에는 같은 방식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2. 플레이 순서
기본 원칙은 "공이 홀에서 먼 사람부터" 칩니다. 두 번째 샷부터는 거리상 컵에서 가장 먼 사람이 먼저 칩니다. 거리가 비슷하면 합의로 정하거나 가위바위보로 정합니다
홀 첫 티샷 순서는 직전 홀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낸 사람이 먼저 칩니다. 이걸 '아너(Honor)'라고 합니다
3. 공을 옮길 수 없는 경우와 옮길 수 있는 경우
원칙은 "공이 멈춘 곳에서 그대로 쳐야 한다"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그대로 쳐야 하는 경우
- 잔디 상태가 나빠도 페어웨이나 러프 안이면 그대로
- 공이 발자국 자국에 있어도 그대로
- 본인 클럽이나 몸 그림자 안에 있어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경우(드롭)
- 코스 정비 구역에 공이 들어간 경우(무벌타)
- 물 웅덩이 같은 일시적 장애물 안인 경우(무벌타)
- 카트 길 위에 떨어진 경우(무벌타)
- OB 처리하는 경우(1벌타)
드롭할 때는 어깨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게 정식이고, 동호회에서는 그냥 손으로 놓는 분도 많습니다
4. OB(아웃 오브 바운드) 처리
코스 밖으로 공이 나가면 OB입니다. 처리 방법은
- 1벌타를 받는다
- OB 라인을 넘은 지점에서 2클럽 길이 안쪽에 드롭
- 그 자리에서 다음 샷을 친다
예를 들어 1타에 OB가 나면 드롭 후 치는 샷이 3타째가 됩니다. 헷갈리시면 OB는 무조건 +1타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5. 해저드(연못·도랑) 처리
물에 빠지면 OB와 유사하게 처리합니다
- 1벌타를 받는다
- 공이 해저드 라인을 넘어간 지점에서 후방으로 2클럽 길이 안쪽에 드롭
- 다음 샷 진행
물에 빠진 공은 보통 못 찾으니 새 공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6. 분실구 처리
공이 사라져서 5분간 찾아도 안 보이면 분실구로 간주합니다
- 1벌타를 받는다
- 마지막으로 쳤던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친다
- 또는 분실 추정 지점 근처에 드롭(현장 합의 시)
원칙은 마지막 친 자리로 돌아가는 거지만 동호회에서는 진행 속도를 위해 분실 추정 지점에서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7. 한 홀 최대 타수 —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규정
이게 제가 첫 대회에서 몰랐던 부분입니다. 공식 규정상 한 홀 최대 타수는 파+3타입니다
홀 파 최대 타수
| 파3 | 6타 |
| 파4 | 7타 |
| 파5 | 8타 |
이 타수에 도달하면 더 이상 치지 않고 그 타수로 기록한 뒤 다음 홀로 이동합니다. 진행을 늦추지 않기 위한 규정인데 친선 라운드에서는 안 지키는 곳도 많습니다. 다만 대회에서는 엄격히 적용됩니다
8. 그린 위 규정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몇 가지 규칙이 추가됩니다
- 다른 사람 공이 본인 퍼팅 경로에 있으면 마크 후 일시 제거 요청 가능
- 본인 공도 그린에서는 마크 후 닦을 수 있음
- 깃대(핀)는 빼거나 꽂은 채로 칠 수 있으나 공이 깃대에 맞으면 벌타 없음
- 컵에서 50cm 이내 공은 합의 시 'OK'(컨시드) 처리 가능
OK는 친선 라운드용이고 대회에서는 끝까지 넣어야 합니다
9. 멀리건 — 공식 규정에는 없다
멀리건은 친 샷을 무효로 하고 다시 치는 것을 말합니다. 공식 규정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회에서는 절대 불가합니다
다만 친선 라운드에서는
- "첫 홀 첫 샷 1회 한정" 멀리건을 허용하는 동호회가 많음
- 신규 회원 환영 의미로 라운드당 1~2회 허용하는 곳도 있음
- 처음 가는 코스라면 같은 조원에게 미리 물어보는 게 매너
저희 동호회는 첫 홀 한 번만 허용하는 게 룰입니다
스코어 기록 방법
스코어카드는 본인이 직접 적는 게 아니라 같은 조원이 적어주는 게 정식입니다
기록 용어
용어 의미
| 이글(Eagle) | 파보다 2타 적게 |
| 버디(Birdie) | 파보다 1타 적게 |
| 파(Par) | 정확히 표준 타수 |
| 보기(Bogey) | 파보다 1타 많게 |
| 더블 보기 | 파보다 2타 많게 |
| 트리플 보기 | 파보다 3타 많게 |
홀인원은 첫 샷에 컵에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보다 홀인원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동호회 회장님은 6년 동안 7번이나 하셨다고 합니다
핸디캡 시스템
핸디캡은 실력 차이가 있는 사람끼리 공정하게 겨루기 위한 보정 점수입니다. 예를 들어 평균 78타인 사람과 90타인 사람이 대결할 때 12타 차이를 보정해주는 식입니다
협회 등록 회원은 공식 핸디캡을 부여받고, 동호회 자체 핸디캡을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매너와 에티켓 — 점수보다 중요한 부분
규칙을 다 알아도 매너가 없으면 동호회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6개월간 어르신들께 배운 것들을 정리합니다
라운드 중 기본 매너
1. 다른 사람이 칠 때 침묵 누군가 어드레스(샷 준비 자세)에 들어가면 말을 멈추고 움직임도 최소화합니다. 휴대폰은 진동으로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2. 다른 사람 시야에 들어가지 않기 치는 사람의 정면이나 등 뒤에 서지 말고, 옆쪽 약 45도 방향에 서서 기다립니다
3. 그림자 주의 다른 사람의 공이나 퍼팅 경로에 본인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도록 비켜섭니다
4. 진행 속도 유지 앞 팀과 한 홀 이상 간격이 벌어지면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분실구 찾는 데 너무 오래 매달리지 마세요
5. 잔디 보호 스윙 후 잔디가 떨어져 나가면 원위치에 돌려놓고 발로 다집니다. 디봇이라고 부릅니다
인사와 호칭 문화
동호회는 시니어 비중이 높아서 호칭이 중요합니다. 제가 헷갈렸던 부분을 정리하면
- 처음 만난 분께는 무조건 "안녕하세요" 먼저
- 나이가 많아 보이면 "형님", "선배님" 정도가 무난
- 회장·총무 등 직책 있는 분은 직책으로 호칭
- 라운드 시작 전 "잘 부탁드립니다"
- 라운드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
이 다섯 가지만 지켜도 첫인상은 합격입니다
옷차림 매너
공식 대회나 정식 라운드에서는 신경 써야 합니다
- 칼라 있는 티셔츠 권장(라운드 티는 비추)
- 짧은 반바지보다 긴 바지나 무릎 길이 반바지
- 운동화 또는 파크골프 전용 스파이크리스화
- 모자는 거의 필수
- 트레이닝복은 친선 라운드에서만
동호회 암묵적 룰 — 규정집에 없는 현장 룰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동호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되는 것들을 모았습니다
진행 관련 암묵 룰
1. 첫 홀은 '워밍업' 분위기 첫 홀에서 큰 실수해도 다들 너그럽게 넘어가줍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치세요
2. 그린에서 OK는 합의 컵에서 가까우면 "OK 드릴게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인이 받을 때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면 됩니다. 본인이 줄 때도 "OK입니다"라고 명확히 표현하세요
3. 스코어 부풀리지 않기 한 타라도 줄여 적으면 바로 신뢰를 잃습니다. 동호회는 좁아서 소문이 빠릅니다
4. 진행 늦어지면 양보 본인이 분실구 찾고 있을 때 뒤 팀이 가까이 오면 먼저 보내드리는 게 매너입니다
친목 관련 암묵 룰
5. 라운드 후 식사 자리 초보가 가입했을 때 첫 라운드 후 식사 자리가 있다면 가능한 한 참여하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진짜 친해집니다
6. 음료 한 잔의 배려 중간에 음료수나 간식 챙겨 오시는 분들이 계시면 받기만 하지 마시고 다음 라운드에 본인도 챙겨 가세요
7. 신입은 한턱 초보가 첫 버디나 첫 파를 기록하면 동호회 분위기에 따라 "한턱"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음료수 정도면 충분합니다
라운드 비용 관련
8. 더치페이가 기본 이용료는 각자 내는 게 원칙입니다. 어르신이 사주시려고 하면 "감사합니다, 다음엔 제가 모시겠습니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도 됩니다
9. 카트비·공용 비용은 분담 공용 카트를 빌렸거나 식사 자리에서 1/N 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상황 — 입문자 Q&A
제가 6개월간 겪은 헷갈렸던 상황들을 정리합니다
Q1. 친 공이 다른 사람 공을 맞히면? 양쪽 다 그대로 멈춘 자리에서 다시 치면 됩니다. 벌타는 없습니다
Q2. 친 공이 본인 발에 맞으면? 1벌타입니다. 다음 샷부터 가산해 칩니다
Q3. 어드레스 중에 공이 움직이면? 바람이나 자연 요인이면 무벌타로 움직인 자리에서 진행합니다. 본인 클럽이 건드려 움직였으면 1벌타입니다
Q4. 컵 안에 공이 걸려서 안 들어가면? 컵 라인 안으로 절반 이상 들어갔으면 홀아웃 처리합니다
Q5. 비가 와서 공에 진흙이 묻으면? 그린 위에서는 마크 후 닦을 수 있습니다. 페어웨이나 러프에서는 닦을 수 없습니다
마무리 — 규칙은 외우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
처음 보면 외울 게 많아 보이지만 막상 라운드 두세 번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붙습니다. 모르는 상황이 생기면 같은 조원에게 "이건 어떻게 처리하나요?"라고 물어보세요. 어르신들은 가르쳐주시는 걸 좋아하시고, 모르면서 어물쩍 넘어가는 걸 더 싫어하십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진행 속도와 매너입니다. 스코어가 좋지 않아도 매너 좋은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받지만 매너가 없으면 아무리 잘 쳐도 같이 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6개월간 제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스코어 계산법을 좀 더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신페리오 방식이나 매치 플레이처럼 대회에서 쓰이는 방식들도 다뤄볼 예정입니다. 5번 글로 이어서 진행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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