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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_경제

은퇴하고 다시 쓴 가계부, 60대 부부의 월 고정지출 구조를 공개합니다

by 생생시니어 2026. 5. 28.

은퇴하고 다시 쓴 가계부, 60대 부부의 월 고정지출 구조를 공개합니다
은퇴하고 다시 쓴 가계부, 60대 부부의 월 고정지출 구조를 공개합니다

은퇴하고 반년쯤 지났을 때, 통장 잔고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걸 보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월급이 들어오니 가계부를 쓸 필요를 못 느꼈는데, 소득이 끊기고 나니 한 달에 정확히 얼마가 어디로 나가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30년 만에 다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간 기록해보니 우리 부부의 지출 구조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같은 또래로 은퇴를 앞두거나 막 시작하신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 부끄럽지만 우리 집 고정지출 구조를 공개합니다.

은퇴 첫해의 함정, 소득만 끊기고 지출은 그대로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은퇴한다고 지출이 저절로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퇴직 첫해에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된다고 합니다. 소득은 끊겼는데 직장 다닐 때의 소비 습관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시간이 많아지니 외식도 늘고,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도 늘고, 골프 장비에 욕심도 생겼습니다. 가계부를 쓰지 않았다면 이 흐름을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부부 월 고정지출 구조 공개

6개월 기록을 평균 낸 우리 부부(자가 아파트 거주)의 월 지출입니다.

주거 관련 약 35만 원. 아파트 관리비, 재산세 월 환산분, 전기·가스·수도 공과금입니다. 자가라서 월세 부담이 없는 게 가장 큰 다행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자가 거주는 관리비·재산세·수리비로 월 15~30만 원 정도가 든다는데, 우리 집은 관리비가 좀 높은 편이었습니다.

비소비지출 약 50만 원. 이게 의외의 복병이었습니다. 건강보험료(임의계속가입으로 다소 줄였지만), 경조사비, 각종 회비입니다. 통계를 보니 60대 이상 가구의 비소비지출이 월 평균 63만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정말 공감했습니다. 특히 경조사비는 이 나이가 되니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많아지면서 무시 못 할 금액이 되었습니다.

식비 약 60만 원. 부부 둘이 먹는데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외식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절감 포인트였습니다.

통신비·교통비 약 20만 원. 휴대폰 두 대, 인터넷, 대중교통입니다. 큰 차가 없어 주유비가 안 드는 게 다행입니다.

의료비·부모님 관련 약 30만 원. 본인 약값, 영양제, 그리고 어머니 관련 비용입니다.

합치면 월 약 195만 원입니다. 여기에 여행이나 취미,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더하면 월 250만 원 안팎이 됩니다. 국민연금연구원 발표 기준 부부 적정 생활비가 월 약 298만 원이라는데, 우리는 자가 거주 덕에 그보다 조금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복병, 60~65세 소득 공백기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저는 만 60세에 은퇴했지만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나옵니다. 즉 5년 동안은 연금 소득이 전혀 없는 "소득 공백기"입니다. 이 시기를 흔히 연금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 5년을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저축으로 버텨야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월 250만 원씩 5년이면 1억 5천만 원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저는 이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두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니어 일자리로 약간의 근로소득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퇴직금을 한꺼번에 쓰지 않고 연금처럼 매달 일정액만 인출하는 것입니다. 통장에서 매달 정해진 금액만 꺼내 쓰니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됩니다.

가계부를 쓰며 줄인 것 3가지

6개월간 가계부를 쓰면서 실제로 줄인 것을 정리합니다.

첫째, 외식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 하던 외식을 한두 번으로 줄이니 월 20만 원 가까이 절감됐습니다.

둘째, 안 쓰는 구독 서비스를 정리했습니다. OTT 두 개, 멤버십 한 개를 해지했습니다. 작아 보여도 1년이면 수십만 원입니다.

셋째, 통신비를 알뜰폰으로 바꿨습니다. 부부 둘 다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니 월 통신비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사용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무리

가계부를 다시 쓰면서 가장 크게 얻은 건 돈 자체보다 "통제감"이었습니다.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숫자로 바뀌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노후 자금은 많은 돈보다 끊기지 않는 흐름이 중요하다는 말을 이제는 실감합니다. 같은 또래라면 거창한 재무 설계보다 한 달 가계부부터 써보시기를 권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자가 아파트를 가진 60대가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주택연금 제도를, 제가 직접 계산해본 내용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